미 전문가 “북, 10년 내 핵탄두 300기 보유 가능”

앵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핵·미사일 전문가인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과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기술 발전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지원하고 병력을 파병하면서 북러 관계가 더욱 강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협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실전 배치가 됐고,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미 협상의 복잡성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5일 미국 민간연구기관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미사일 전문가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을 스튜디오에 초청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나 핵군축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 내 핵탄두 보유량이 300개를 넘어 세계 4위권 핵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음은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과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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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킷 판다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이 자유아시아방송(RFA) 스튜디오에서 박재우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RFAPhoto

[기자] 만약 현재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면, 미국이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안킷 판다] 북한이 ICBM을 실제로 발사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사실상 자살 행위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미국 도시에 핵탄두를 터뜨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모든 무기 체계에는 실패 확률이 존재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김정은이 원하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국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북한의 ICBM을 요격할 수 있을까요?

[안킷 판다] 미국의 본토 미사일 방어 체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 (미 서부에) 44기의 요격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중 40기는 알래스카에, 4기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있습니다.

한 기의 ICBM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3~4기의 요격 미사일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더 많은 ICBM을 개발하면 미국의 방어 능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북한은 20개 이상의 ICBM 이동식 발사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미사일 방어를 고려했을 때, 미국의 상황은 그렇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방어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쟁 징후 임박 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를 선제 타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핵심은 북한이 몇 기의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할지, 그중 얼마나 요격될지, 요격되지 않은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해 폭발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북한의 ICBM이 실제 발사될 경우 이는 미국 대통령이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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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이후 기념촬영하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모습. /연합뉴스

[기자]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전투기 등을 개발하면서 핵투발 수단을 늘리는 것을 노력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안킷 판다] 북한의 핵전력은 SLBM이나 전투기보다 ICBM과 탄도미사일을 중심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정은에게 ICBM 탄두는 필수적이며, 이는 북한의 억지 전략의 핵심 요소입니다. 잠수함탄도미사일과 전투기 개발에 힘을 쓰는 것은 인민군의 내부적 균형을 위해서라고 봅니다.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해야만 김정은이 원하는 억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ICBM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또한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도 중요한 (미국과 동맹국들을 향한) 전술적 자산으로 평가됩니다. 현재 북한은 이 미사일을 강조하며 러시아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사일 성능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만약의 사태시 김정은이 이 미사일을 핵탄두 장착 미사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탄두를 사용할지는 불확실합니다. 북한은 과거 ICBM용 대형 수소탄과 지역 미사일용 소형 탄두, 두 가지 핵탄두 설계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화산-31’ 전술 핵무기도 고려 대상이며, 실제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설계 검증을 위해 추가 핵실험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 KN-23 등 전술 핵무기는 미국 본토보다는 한국, 일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무기라고 알고 있는데요.

[안킷 판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있는 미군 기지, 항구, 공군 기지, 한국 내 스텔스 전투기가 배치된 비행장, 한국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이 이러한 무기의 주요 목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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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 연합뉴스

[기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의 KN-23이 러시아에 지원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되었는데, 한반도 안보 환경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안킷 판다] KN-23의 실전 사용은 북한에게 중요한 데이터 제공 기회였습니다. 북한 기술자들은 러시아의 미사일 운용을 지원하며 성능 개선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술 핵무기 운용 능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지원하고, 파병까지 하면서 반대급부로 많은 것을 얻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미 식량, 유류 등 많은 물품이 러시아로부터 지원됐는데요. 무기 기술 지원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가장 필요로 하는 미사일 기술은 무엇인가요?

[안킷 판다] 북한은 러시아의 미사일 유도 시스템, 컴퓨터 기술, 크루즈 미사일 조종 및 제어 기술 등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탄도미사일 제조 표준을 향상시키는 기술과 우주 발사 기술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원자재 및 복합소재를 확보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안킷 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북한 핵문제를 더 이상 핵확산 문제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확산 문제의 주요 대상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제 러시아는 그러한 입장을 완전히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북한과 활발한 경제 및 군사 협력을 진행 중이며,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국조차도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억제(deterrence)와 위험 감소(risk reduction)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유일한 국가로, 여전히 핵확산 문제에서 중요한 이슈로 다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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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최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였는데, 만약 대화가 시작된다면 핵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술적으로 미사일 관련해서 어떤 논의가 있을까요?

[안킷 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목표는 비핵화가 아닌 미국의 위험 감소(Risk Reduction)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대통령인 만큼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 문제에 집중할 것입니다. 다만 만약 한국과 일본이 참여할 경우, 단거리 미사일(KN-23)과 같은 무기들도 주요 논점이 될 것입니다.

비핵화보다는 핵 위협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논의된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중단 문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면, 이는 북한이 핵 능력을 배치하는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정세가 변화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미국이 유리한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제 미국은 김정은에게 푸틴이 제공하는 것과 경쟁할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기자] 북미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핵 협상이 방치 된다면 향후 10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십니까?

[안킷 판다] 김정은은 핵전력을 지속적으로 현대화하고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선제 타격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배치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잠수함, 이동식 발사대, 사일로(silo)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연구원님은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어느 정도로 추정하시나요?

[안킷 판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50~100개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향후 10년 내 북한이 세계 4위의 핵 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다음)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2030년대 중반까지 3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할 가능성 이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