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평양 등 일부 대도시에 에어컨을 설치한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있어야 잘 사는 집으로 인정 받는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에도 에어컨이 유입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에어컨은 냉풍기 혹은 공기조화기로 불립니다.
평양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6일 “최근 평양 주민들 속에서 집에 냉풍기(에어컨)를 놓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며 “냉풍기가 있어야 잘 사는 집으로 인정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요 몇 년간 우리 아파트를 비롯해 시내 전반에 냉풍기를 놓은 집이 부쩍 늘었다”며 “냉풍기가 있는 집은 아파트 베란다에 외부장치(실외기)가 설치되어 있어 밖에서 보면 눈에 잘 띄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몇 년간 코로나로 물품 수입이 막혔다가 작년부터 국경이 열리면서 현재 여러 외화 상점에서 중국산 냉풍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여름이 되면 사려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비싸질 것을 우려해 최근 미리 냉풍기를 사려고 서두르는 사람도 있다”며 “내 친구도 며칠전 냉풍기를 집에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주민 누구나 가정에 냉풍기를 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냉풍기를 파는 곳도 없었거니와 중요 국가 기관이나 외국인 호텔, 높은 간부 사무실에나 설치되는 특별한 고급 물품으로 인정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도 냉풍기는 누구나 사서 이용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라며 “현재 외화상점에서 판매하는 제일 작은 냉풍기(벽걸이 에어컨) 가격이 600달러 이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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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함흥에도 냉풍기를 놓는 집이 하나 둘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함흥이 워낙 습도가 높은 데다 여름에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날도 많다”며 “과거에는 선풍기 밖에 없었지만 최근 돈 있는 사람들은 냉풍기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냉풍기가 있는 사람들은 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며 “냉풍기가 여름에 최고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냉풍기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쌀 1톤보다 비싼 에어컨
소식통은 “한 2년 전만 해도 50인치 평면 액정(LED) 텔레비죤이 있고 짝문(양문형) 냉동기와 오토바이가 있으면 부자 집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여기에 냉풍기가 포함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물질적 부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건 응당하지만, 간부나 돈주가 아닌 일반 주민은 이를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 없다”며 “제일 눅은(싼) 냉풍기라 해도 그 가격이 입쌀 1톤 보다 더 비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반 주민 치고 여름 한철에만 쓰는 물건에 쌀 1톤 살 돈을 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일반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