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지난해 건설된 20개 시, 군 지방공업공장의 생산정상화와 품질 제고를 연일 강조하지만 일부 공장들은 원자재 부족, 기능공 부족으로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11일 양강도 김형직군에 건설된 지방공장 준공식을 마감으로 북한이 1차로 지정한 20개 시, 군 지방공업공장이 모두 완공됐습니다. 이어 2차로 지정된 20개 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행정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랑과 경성에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이 생산 정상화에 애를 먹고 있다”며 “원자재 부족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두 공장 모두 준공식 때 다양한 생산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었다”며 “시제품처럼 가짓수가 많고 질도 괜찮은 제품이 꽝꽝 쏟아질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는데 현실은 너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경성식료공장 준공식 때 당국이 지역 특산품인 구기자가 들어간 단묵, 과자, 술, 고추장 등을 가득 전시하고 일부 먹어보게도 했지만 현재 구기자가 부족해 구기자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성 구기자는 약효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다”며 “작년부터 원료기지사업소가 구기자 재배에 품을 들이고 있으나 식료공장에 구기자를 보장해 주려면 1~2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어랑에 건설된 수산물가공공장도 마찬가지”라며 “준공식 때 당국이 제공해준 수산물로 명태, 대구, 문어, 게 등 여러 종류의 가공품을 생산해 시제품을 보여주었지만 아직 수산물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생산에 필요한 수산물을 군내 수산협동조합이 보장하게 되어 있다”며 “최근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그런지 어쩌다 한번씩 물고기가 입고되는 데 양이 너무 적어 모두 냉동 보관했다가 주요 계기 때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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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전국의 지방공업공장 중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공장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함주와 금야에 건설된 지방공장도 기술 부족, 기능공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함주식료공장은 시제품 생산 때부터 제품 품질이 낮았다”며 “과자의 경우 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 간부들이 고난의 행군 때부터 집에서 과자를 만들어 팔아온 여성을 찾아가 비결을 배우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과자가 제대로 나오지 않자 지난 달 군당위원회가 나서 그 여성을 과자 작업반에 강제로 배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개인 상인보다 못한 식료공장
이어 그는 “얼마전 평양에서 열린 지방공업공장 제품 품평회에 올려 보낸 술도 공장에서 생산한 게 아니”라며 “몇 십 리터의 술 생산을 위해 공장 설비를 돌릴 수 없어 개인에게 특별히 부탁해 술을 뽑았고 그 술을 공장 상표가 붙은 병에 넣어 포장해 보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20개 시, 군에 크고 번듯한 새 공장이 건설되었지만 형편이 비슷할 게 뻔하다”며 “생산에 필요한 원료가 충분히 보장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비 부족과 기술, 기능 수준 부족으로 개인이 만드는 제품보다 품질이 낮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