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국가보위성이 집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주민들의 대화를 도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도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 되었지만 휴대전화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아직 주민들은 유선전화, 집전화를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촌에도 집전화가 빠르게 보급돼 산나물이나 약초, 가축을 팔아 생존하는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집전화에 도청 장치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 속에서 집전화 해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집전화에 몰래 도청 장치가 숨겨진 사실이 보위부 가족들에 의해 주민들 속에 알려졌다”며 “집전화 해지 요청이 한꺼번에 몰리자 5월초부터 도 체신관리국에서 전화해지 업무를 중단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집전화에 도청 장치가 숨겨졌다는 사실은 반동사상문화 검열이 절정에 이르렀던 지난 2월 초, 국가보위성 양강도 주재 15국(전파감시국)의 한 가족에 의해 외부에 새어 나왔다”며 “해당 가족은 풍서군으로 추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월, 반도체 설계를 배우는 ‘혜산고등기계전문학교’ 학생들이 감청장비를 찾기 위해 중국산 유선전화와 국산 유선전화를 모조리 분해했다”며 “그 결과 국산 유선전화 손잡이 부분에서 이상한 (도청)장치를 발견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실제 해당 장치를 때어내도 전화통화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혜산고등기계전문학교 학생들이 확인했다”며 “이에 집전화가 있는 가정들은 너도 나도 전화기를 분해해 해당 장치를 떼어냈고, 나중엔 집전화 해지까지 요청하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2017년 이전가지만 해도 집전화를 설치하려는 가정들은 미리 전화기부터 준비해야 했다”며 “당시까지는 국내에서 유선 전화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중국산 유선 전화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북한에서 메아리, 울림, 삼일포와 같은 국산 유선 전화기가 많이 생산돼 2022년까지 도 체신관리국에서 중국산 집전화를 모두 국산으로 교체했다”며 “대신 중국산은 모두 회수해 지금은 중국산 유선 전화가 매우 귀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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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손전화(휴대전화)의 통화 내용은 국가가 도청하고 있음을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며 “집전화 역시 마찬가지로 생각했지만 (집 안의) 일상의 대화까지 모두 엿들을 것은 짐작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국가보위성이 집전화를 이용해 주민들의 대화 내용을 낱낱이 듣고 있다는 사실에 양강도 간부들도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주민 감시의 비밀이 노출된 문제로 양강도 보위국은 3월 한 달 동안 매우 강도 높은 내부 검열과 사상투쟁을 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열에서 뇌물 문제가 제기된 수사과 과장은 엄중 경고를 받았고, 대위인 젊은 지도원이 해임 철직 되었다”며 “집전화의 비밀을 가족에게 누설한 15국의 기술지도원은 출당 철직 되어 해발 2천미터의 풍서군 용문리로 추방되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집전화가 가족 감시 수단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주민들은 손전화에 대한 의심까지 더욱 깊어 졌다”며 “여럿이 모이거나 비밀스러운 얘기가 오가는 자리에는 손전화를 아예 소지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예절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집전화 있으면 친구들도 방문 꺼려
그러면서 소식통은 “최근 도 체신관리국에서 유선전화 해지 요청을 무시하자 주민들은 집전화의 선을 아예 끊어 버리고 있다”며 “집전화가 있으면 놀려 오겠다던 친구들도 약속을 취소하고, 이웃들도 속 깊은 얘기를 꺼내지 못한 채 서둘러 자리를 뜬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