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통이 열악한 북한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동 수단은 자전거입니다. 최근 전기자전거가 빠르게 보급되는 가운데 연로한 부모님께 전기자전거를 선물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3일 “최근 전기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연로한 부모님께 전기자전거를 사 드리는 집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4~5월 대사철(결혼 환갑 등 가정 행사가 많은 시기)을 맞아 여기저기서 결혼식, 환갑 잔치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주 동네 한 집에서 부모 환갑(잔치)을 했는데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전기자전거를 선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구나 연세가 많아 다리가 불편한 부모님께 전기자전거를 사 드려 효도하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 쉽게 생각할 수 없다”며 “자식들이 돈을 모아 전기자전거를 사 드린 데 대해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판매되는 전기자전거 가격은 300~600달러로 대부분 중국산이며 종류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또 “가격이 비쌀수록 오토바이와 모양이 비슷하고 규격도 큰데 연로한 부모님에게 선물하는 전기자전거는 보통 너무 무겁지 않고 가격도 눅은(저렴한) 제품이 인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은 전기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많이 늘어났다”며 “생활이 괜찮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연로한 부모님께 전기자전거를 선물하는 게 최고의 효도로 인정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전기 자전거는 오토바이보다 주위의 주목을 덜 받는다는 점도 판매율이 높은 이유가 됩니다.
소식통은 “현직 간부나 연로보장(정년 은퇴) 받은 전직 간부 중에도 전기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며 “간부가 오토바이를 타면 어디서 돈이 생겨 오토바이를 샀나? 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지만 전기자전거는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우려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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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포시의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한해 한해 전기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전기자전거가 일반 자전거에 비해 가격이 몇 배 비싸지만 그만한 값을 한다”며 “손전화기가 유행되던 초기에 돈 있는 사람들이 과시용으로 구매했던 것처럼 지금 전기자전거가 유행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자전거 선물해 부모 ‘경제적 자립’ 원하기도
그는 특히 “자식들이 부모에게 전기자전거를 선물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부모에게 효도하는 목적도 있지만 부모가 자식들에게 손을 안 내밀고 자체로 살길 바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아는 한 노인은 자식들이 사 준 전기자전거로 장마당 상인들이 요청(주문) 받은 물품을 필요한 장소까지 날라 주는 일을 한다”며 “일반 자전거보다 짐을 더 실을 수 있고 운반 시간도 빨라 상인들이 일반 자전거로 운반하는 사람보다 그 할아버지를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전기자전거가 일반 자전거는 물론, 오토바이에 비해서도 많이 편하다”며 “일반 자전거처럼 계속 발을 굴려 힘을 쓰지 않아도 되고, 또 오토바이처럼 매번 기름을 넣을 필요가 없어 돈이 적게 들며, 길거리에서 온갖 트집을 잡아 단속해 돈을 뜯어내는 안전원들의 성화를 받은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