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주북 러시아대사관연설 등에서 러시아를 향한 사대주의적인 태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다소 파격적인 이같은 행보 이면에는 러시아로부터 파병 반대급부를 받아내려는 북한의 의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김인태,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이 15일 발표한 ‘러시아 전승기념일 계기 러북관계 주요 동향’ 보고서.
이들은 보고서에서 최근 북한이 북러동맹을 강조하고, 나아가 러시아를 찬양하는 이른바 ‘친러사대’의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김 총비서가 지난 8일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해 진행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승절이 없었더라면 조선과 동방의 해방의 날인 8월 15일도 없었을 것”이며 “러시아의 값비싼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행복한 오늘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발언한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줄곧 선전해온 김일성 중심의 ‘조국해방론’과는 배치되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 총비서의 해당 발언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 연방과 같은 강력한 국가와 동맹을 맺은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달 2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서면 입장문에 대해 “이 같은 표현은 ‘주체사상’ 이념을 강조해온 북한이 거리를 두었던 표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 연설 등 북한의 동향을 살펴보면 러시아를 향한 일종의 사대주의적인 태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이처럼 과도하게 친러, 친푸틴 표현을 하는 이면에는 러시아로부터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를 챙겨야 하는 맥락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방러카드’ 아끼기 위해 러 전승절 열병식 불참”
김인태,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김 총비서는 러시아로부터 파병 반대급부를 차질없이 받아내는 것을 급선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김 총비서의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불참도 혹시 모를 러시아의 약속 이행 지연에 대비해 ‘방러카드’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러시아 방문’이라는 가장 좋은 카드를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효과가 일회성으로 한정될 수 있는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참석에 소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기 바라는 반대급부에 대해선 “북한의 사활이 달린 핵무력정책 지원 부분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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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김정은과 주북 러 대사관 방문…“국제무대 데뷔”
지난 8일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함께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김주애 동행을 통해 북러동맹의 영원함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자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 총비서가 전날 ‘가장 사랑하는 따님’ 김주애와 함께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다고 최선희 외무상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가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며, 김주애의 공식 외교행사 등장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탈북민 출신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주북 러시아대사관 방문으로, 향후 김 총비서의 방러 일정에 김주애가 동행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 데리고 가도 되는데도 데리고 갔다는 것은 이제 앞으로 김정은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도 있잖아요. 이런 때에도 동행할 가능성을 이번에 조금 암시한 것이죠.
향후 김 총비서의 방러 가능성과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