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간부들에 “먹자판, 술판 조심하라”

앵커: 북한 함경북도 당국이 농촌 지원 기간 먹자판, 술판을 벌이지 말 것을 지시했습니다. 구축함 사고 이후 전국을 휩쓸고 있는 삼엄한 분위기를 고려한 조치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술판과 먹자판은 생일, 관혼상제 등을 구실로 집짐승을 잡거나 음식을 많이 해놓고 여럿이 모여 술판을 벌이는 행위로 비사회주의 행위, 불건전한 행위에 속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최근 도당이 도내 각 지역과 각급 기관에 간부들이 먹자판과 술판을 절대 벌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달 31일, 도당에서 진행된 도급 기관, 기업소 책임 간부들의 모임에서 긴장한 분위기에 맞지 않게 먹자판, 술판을 벌이지 말라는 내용이 포치되었다”며 “해당 행위가 발로되는 경우 엄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엄포도 뒤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21일) 구축함 사고 이후 전국에 지난 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온천군당 해산 사건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간부들을 중심으로 집중 학습과 사상 검열이 진행되는 한편 당국의 지시 집행을 어기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사소한 발언과 행동을 잘못해도 크게 사건화(문제시)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지금이 아궁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는 모내기 철이고 구축함 사고와 관련해 중앙에서 간부들이 내려와 있는 만큼 도 당국으로서는 관내에서 술판이나 먹자판 같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아무리 바쁜 모내기 철이라 해도 관혼상제나 생일이 있으면 같이 일하는 동료나 친구들이 모여 술과 음식을 먹는 게 보통이었다”며 “술판과 먹자판은 일반 노동자 보다 간부들이 더 많이 벌인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일이라도 간부들이 조용히 보낸다”며 “살벌한 분위기에 자칫 시범겜(시범케이스)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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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라선시 길거리 식당에서 지역 주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2011년 8월, 라선시 길거리 식당에서 지역 주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2011년 8월, 라선시 길거리 식당에서 지역 주민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Reuters)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각 공장, 기업소들도 농촌 동원 기간 술판이나 먹자판 등이 제기되지 않게 종업원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농촌 지원을 가거나 급한 동원이 제기되는 경우 공장 간부들이 절대 술을 가지고 가지 말 것을 신신 당부한다”며 이달 초 어느 날, “지배인이 술병이 없는지 점심밥을 넣은 노동자들의 가방을 직접 검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모내기 전투나 사회적 동원을 가면 점심 때 혹은 하루 일을 마치고 술을 한 두 잔 마시는게 일상이었다”며 “그런 재미로 힘든 노력 동원을 견디는 건데 요즘 술을 마시지 못하니 일능률이 안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농촌지원, 도로 보수, 철길 보수 등 각종 사회적 동원에 가는 경우 점심 밥을 싸갑니다. 이때 각자가 술 한 병 정도 가지고 가는게 관례이며 간혹 공장에서 술을 보장해 주는 경우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간부들에게 출근을 빨리하고 퇴근은 늦게 해 일을 더 많이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당국이 간부들을 다그치면 그 몇배로 말단 노동자들이 녹아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