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진수식 과정에서 넘어져 좌초됐던 북한 구축함이 러시아 국경 인근 나진항으로 이동한 정황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러시아가 배 수리에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1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청진항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옆으로 넘어져 좌초된 5천톤 급 북한 구축함.
지난 2일 북한 당국에 의해 바로 세워진 모습이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된 데 이어, 8일에는 북동부 나진항으로 옮겨진 근황이 포착됐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9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따르면, 구축함은 나진에 있는 제28조선소로 이동했고 배를 물 밖에서 수리하는 시설인 ‘건선거’(graving dock, 乾船渠)에 고정됐습니다.
수리에 앞서 물을 빼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수직 발사 미사일 장비나 포탑, 돛대와 기타 상부 구조물 등 핵심 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그물망으로 일부 덮어 놓은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선박이 나진항에 무사히 도착함에 따라 전문가들이 선체 전반 상태에 대한 검토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다만 선박 손상 정도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언급한 “7~10일 동안의 정밀 복구” 작업이 선체를 완전히 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진수 과정에서 입은 피해가 심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일 해당 선박에 대해 “선체 전반 상태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재검사를 거친 후 다음 단계 복구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음 단계의 정밀 복구 작업은 나진항 시설에서 7~10일 동안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주요 수리와 복원을 마치면 당국이 당초 예정대로 이 선박에 무기와 관련 설비를 설치한 뒤 정식으로 취역시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나진항 제28조선소가 40년 넘는 기간 동안 북한 해군의 대형 전투함을 제작하거나 개조해온 곳이기 때문에 사고 선박을 이 곳으로 옮겨 수리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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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 방송도 같은 날 나진항으로 옮겨진 구축함을 촬영한 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이 선박 수리에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나진항이 러시아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 북한 단독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음파 탐지 장비 수리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군, 러 지원 가능성에 “추가 분석 필요”
다만 한국 군 당국은 이 같은 가능성과 관련해 추가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9일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말입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지난 9일)] 북한이 독(dock) 정비를 한다고 했으니까 독이 있는 나진항으로 이동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러시아 기술이 과연 필요한 건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새로 건조한 5천톤 급 구축함은 지난달 배를 띄우는 진수식 도중 뒷부분이 물에 먼저 들어가면서 뱃머리가 육지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사고를 직접 목격한 김정은 총비서는 관련자를 처벌하고 이달 말까지 배 수리를 마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