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 간부 자녀들, 외국어대학 대신 관광대학 희망

앵커: 북한 평양에는 관광부문 전문가를 양성하는 관광대학이 있습니다. 지방 외국어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외국어대학보다 관광대학 진학을 선호한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외화 획득을 위해 백두산, 칠보산, 원산 갈마 지역을 관광지구로 지정하고 이 일대에 여러 관광 시설을 새로 건설했거나 건설하고 있으며 관광 상품도 다양화하는 등 관광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1일 “요즘 지방의 간부 집 자녀, 돈 있는 집 자식들이 평양관광대학을 많이 희망한다”며 “바란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관광부문 전망이 밝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5월 초 외국어학원에서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가고 싶은 대학을 써 내게 했는데 대부분 학생들이 1지망으로 평양관광대학을 희망했다”며 “과거에는 평양외국어대학이 지망 1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관광대학은 안내통역, 관광경영 등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2014년에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역사는 비교적 오래됐는데 1987년 국가관광총국이 산하에 관광학교를 설립해 관광안내통역원들을 양성한 것이 시초입니다.

그는 “외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희망은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은 외무성이나 대외경제성에 들어가는 것인데 지방 아이가 외국어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며 결국 “지방 아이들이 눈을 낮춰 관광대학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관광 안내 통역사도 일반 노동자의 자식은 감히 바라볼 수 없는 꿈의 직업”이라며 “대학에 입학하거나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점점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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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평양의 주체사상을 상징하는 주체탑 앞에서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함께 서 있다.
2018년 6월, 평양의 주체사상을 상징하는 주체탑 앞에서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함께 서 있다. 2018년 6월, 평양의 주체사상을 상징하는 주체탑 앞에서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함께 서 있다. (AFP)

함경남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내가 아는 한 간부의 아들이 올해 평양관광대학에 입학했다”며 “아들의 입학에 부모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까지는 관광대학에서 영어와 중국어 통역사를 많이 양성했는데 올해는 러시아어를 배운 학생을 많이 뽑았다”며 “러시아어를 배운 그 간부의 아들이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각 도에 1개씩 있는 외국어학원은 일반 노동자, 농민의 자식은 없고 다 간부나 돈주 등 힘있는 집 자식들이 다닌다”며 “학생들이 주로 영어, 중국어 전공을 원했는데 작년부터 러시아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외국어학원은 6년제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으로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4개 언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외국인 팁”

소식통은 “힘 있는 집 자녀들이 관광대학을 희망하는 것은 평양에만 있던 여행사나 관광 회사가 지방에도 생겼기 때문이며, 또 다른 곳에 비해 관광부문에서 일하는 게 신사적이고 생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는 팁 문화가 없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신들을 안내하고 통역하느라 수고한 안내 통역원들에게 돈을 주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실례로 중국돈 100위안(북한 돈 38만원 정도)을 팁으로 받는 경우 이 돈으로 쌀 30kg이상을 살 수 있습니다. 이는 일반 노동자 월급의 4~6배 달하는 돈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