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길거리 취식도 ‘비사회주의’로 단속

앵커: 북한 노동자 규찰대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먹는 행위까지 ‘비사회주의’로 단속해 벌금을 물리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1일 “지난 8일부터 노동자 규찰대가 길거리 곳곳을 오가며 비사회주의 단속을 하고 있다”며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비사회주의로 단속해 벌금 5천원씩 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건전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우리식 사회주의를 빛내이자’라는 제목의 당, 근로단체 선전선동 강연이 지난달 초에 있었다”며 “당시 강연에서 거리와 공공장소에서 무리를 지어 떠드는 행위, 음식을 먹는 행위를 비사회주의로 낙인 찍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연이 있은 후 평양시와 나선특별시에서 노동자 규찰대가 비사회주의 단속에 나섰지만 당시는 농촌동원 기간이어서 지방에서는 단속이 없었다”며 “그랬는데 지난 8일부터 지방의 도시들에서도 노동자 규찰대가 예고 없이 단속에 나섰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비사회주의 단속 대상은 짧은 치마와 통이 넓은 풍년바지, 외국 상표의 옷을 입은 사람들, 머리에 밤색이나 갈색의 물감을 들인 여성들, 머리를 길게 기르거나 수염을 제때에 깎지 않은 남성들,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과거에는 고정된 장소에 머물면서 단속을 하던 노동자 규찰대가 지금은 길거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단속에 나서 피하기 어렵다”며 “이번 단속에 걸리게 되면 동사무소나 안전부 신소(민원)실에 벌금 5천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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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0일 “이번 비사회주의 단속은 예전처럼 길거리에서 망신을 주거나 비판무대에 올려 세우는 단속이 아니”라며 “무조건 벌금을 받아내는 단속이어서 주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6년 5월, 평양 거리의 한 가판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2016년 5월, 평양 거리의 한 가판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2016년 5월, 평양 거리의 한 가판대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Reuters)

단속 대상은 주로 여성과 노인들

“특히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까지 비사회주의로 단속하고 있어 ‘도대체 비사회주의가 아닌 것이 무엇이냐’는 반발이 거세다”며 “힘이 센 남성들은 못 본 척하고, 어린 여성들과 노인들만 단속해 반발이 더 거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노동자 규찰대는 안전부(경찰)에 동원된 사민(민간인)들이다 보니 법적인 권한이 없어 애꿎은 여성들과 늙은이들만 단속하고 있다”며 “안전원들이 민망해서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단속은 모두 노동자 규찰대가 떠안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파된 것으로 썩어빠진 자본주의 생활양식이라는 것이 국가의 입장”이라며 “간이매점이나 장마당에서 산 음식도 들고 다니지 말고 그 자리에서 먹으라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하지만 주민들은 걸으면서 음식을 먹으면 시간을 절약해 국가를 위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돈을 뜯어 낼 방법이 없으니 이젠 별 짓을 다 한다는 것이 비사회주의 단속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