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수해 현장을 찾아 한국을 강하게 비난한 것에 대해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 방문 소식을 보도한 북한 관영매체.
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수해지역 방문 이틀째인 지난 9일 수재민들을 직접 만나 연설하면서, 그 상당 부분을 한국 언론에 대한 비난에 할애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압록강 수해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한국 내 언론 보도를 향해 ‘너절한 쓰레기’, ‘모략선전’, ‘엄중한 도발’, ‘모독’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연설 가운데 한국을 이른바 ‘쓰레기’에 빗대 공격한 것은 모두 네 차례에 달했고, 피해 지역 ‘실종자가 1천 명이 넘는다’거나 ‘구조 작업 중 헬기가 여러 대 추락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12일 김 총비서가 이같이 한국을 향한 비난을 쏟아낸 것은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민심 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김 총비서가 지난달 발생한 압록강 지역 수해에 대한 한국 보도에 직접 반발한 것은 지난 2일 수재민 구출에 공을 세운 헬기 부대를 축하 방문한 자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 동안 대남 비방은 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담당 기관 이름을 앞세운 담화 형태로 나오는 일이 많았다는 점에서, 김 총비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한국 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난 1일 대북 수해 지원을 전격 제의하고 국제기구들도 잇달아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가까운 러시아의 제안 조차 거절하는 등 자력 복구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1일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지난 1일):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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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김 총비서의 대남 비난 직후인 지난 10일 오후 또다시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11일 새벽까지 살포한 풍선은 모두 240여 개가 식별됐고, 이 가운데 10여 개만 한국 측 경기도 북부지역에 떨어졌습니다.
식별된 풍선 가운데 4% 정도만 한국 측에 떨어진 것인데, 지난달 24일 살포된 5백여 개 중 4백80여 개가 한국 측에서 발견된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한국 군은 남풍과 남서풍이 부는데도 북한이 억지로 풍선을 날린 탓에 한국에 넘어온 풍선이 적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풍선에는 종이류와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가 담겼고 안전 위해 물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이번 오물 풍선 살포는 올해 들어 11번째로, 지난 번 살포 이후 17일 만입니다.
북한은 오물 풍선 도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전방 지역에 설치한 확성기로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에디터 홍승욱,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