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에 대해 단순히 북한 또는 한국으로의 송환 여부가 아니라, 국제법과 인권, 정치적 계산이 얽힌 복합적인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우크라, 북한군 포로 송환 협상할까?
한국 외교부는 19일 우크라이나에 잡힌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행을 원할 경우 '전원 수용' 원칙을 말하며, 이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리모 씨는 이날 공개된 한국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민 신청을 해가지고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를 잘 아는 익명의 한 소식통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현재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에 대한 공식적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군 송환 문제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 협의 사항으로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비공개 사항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북한군 포로와의 인터뷰 녹화와 관련해 다음 주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 형식의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한국 코리아타임스 서면 인터뷰에서 아직 한국과 공식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포로들이 북한 송환을 거부할 경우 한국으로 보내는 것에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군 송환 , 국제법 ∙인권∙정치적 상황 얽힌 복잡한 사안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를 두고 북한인권 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황, 개인들의 의사, 국제법 등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월슨센터 한국역사·정책국장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포로로 잡힌 두 명의 북한군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억류될 수 있지만, 종전 후 북한과의 송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조기에 북한으로 송환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는 “만약 그들이 송환될 경우 박해, 고문, 또는 처형의 위험을 두려워해 송환을 거부할 수 있다”며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갈지 여부는 북한 내에서의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의 리나 윤 선임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쟁포로(POW)에 대한 규정을 명시한 제네바 제3협약, 제12조를 근거로 한국이 제 3국으로서 송환 당사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연구원은 "한국이 전쟁포로를 적대행위 종료까지 관리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으로의 이송에 동의할 경우, 국제법에 따라 이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국제법상 금지되는 것은 이들 병사들이 고문을 당하거나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북한, 러시아, 한국 중 한 곳을 최종 목적지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계속 억류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군 포로 , 한국행 택할까?
윤 연구원은 "일부 북한군 포로들은 북한 정부의 강한 사상교육으로 인해 한국을 적대적인 지역으로 인식해 한국행을 주저할 수 있고, 다른 나라로 송환 시 ‘탈북’으로 간주될 경우 북한 내 가족들이 보복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점은 각 병사들이 독립적인 법률 및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그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발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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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인민군 제4군단 포병 정찰대대와 총참모부 직속 15호 격술연구소에서 근무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포로들이 이미 언론에 공개된 만큼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현승 씨] 사실 북한에선 포로가 되도 나중에 돌아가면 적대계급으로 분류가 됩니다. 포로됐다는 것 자체가 수치거든요. 얼굴 공개가 너무 이르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그 사람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한국으로 보내면 더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회장은 이날 전쟁 중인 군인의 가장 큰 바람은 가족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북한이 억압적인 체제라 하더라도 정서적으로는 귀국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군 포로들이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 우려와 북한 정권의 사상교육 영향으로 한국행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따라서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시작할 경우 포로들에게 북한과 한국 중 선택지를 제시해야 하며, 강압 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