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북한군 초대된 러시아 열병식과 북중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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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 수가 벌써 3000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북한군 10명 중 3명은 죽거나 다쳤다는 얘깁니다.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인터넷 사회관계망 엑스를 통해 "최전선과 쿠르스크 작전 지역에 대해 시르스키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현재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하거나 부상한 북한군 수는 이미 3000명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 병력과 군사 장비를 파견할 위험이 있다"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말했습니다만 한국 합동참모본부 역시 북한군이 현재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고 밝혔는데요. 예견된 일이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무참하게 북한군 사상자가 늘고 있는데 북한 당국이 더 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추가로 파병되는 군의 수 역시 기존과 비슷한 규모가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현재 북한이 러우 전쟁에 파견한 군인의 숫자가 12,000명 정도인데 벌써 3,000여명이 죽거나 다친 상황 아닙니까. 군사적으로 볼 때 해당 부대의 3분의 1의 병력이 전투불가 판정을 받으면 그 부대는 와해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즉 전투 능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봐야겠고, 온전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 보는 것이죠. 아직 9,000명이 남아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그 9,000명 역시 전투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이고, 특히 전투 의지 측면에서 많이 저하되어 있을 겁니다. 3명 중 한 명꼴로 죽거나 부상 당하는 상황에서는 전투가 정말 치열했음을 뜻하기도 하고요. 살아 돌아온 병사들도 사실상 큰 정신적 충격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의를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 맞고 온전한 전투 병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파병은 변수가 아닌 상수입니다. 북한은 아마도 빠른 시일 안에 먼저 파견한 러시아 파병군을 대체할 수 있는 병력을 새로 선발하여 보낼 것입니다. 그래야만 현 전선에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규모 면에서도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2,000명 정도 파병 했는데, 유의미한 결과는 없고 지금 막심한 피해만 입은 상태잖아요. 그 패배를 만회하려면, 그리고 러시아에게 뭔가 북한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입장에선 큰 승리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북한은 자국 병사들을 더욱 혹독하게 총알받이로 내몰 것입니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최대치의 이득을 보기 위해선 결국 더 많은 병사를 죽이더라도 전투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 와야 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야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를 계속 동맹으로 붙잡아 둘 수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에 대한 대가를 두둑하게 요구할 수 있겠죠.

그래서 지금은 3000명이지만 3만명, 1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미 발을 담군 전쟁인데 빼지도 못하고 북한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병력을 보내야 하는 구조 하에 놓여 있거든요. 그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가져 올 변수가 있다면 북한 내부에서의 불만 폭발과 군부의 반발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의미 없는 전쟁에 지금 수많은 북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이 상황은 그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기자: 더구나 충격적이게도 최근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러시아가 아니라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파병을 먼저 제안하는 것과 러시아가 군대를 먼저 요청하는 것에는 향후 양국 관계 등 많은 것에서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김금혁: 뉴욕 타임즈의 보도 내용이 전부 사실임을 가정했을 때, 현재의 이런 구도가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일단 러시아가 아닌 북한이 먼저 요청을 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느끼는 절박감보다 북한이 느끼는 절박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 아닙니까. 또한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관계가 러시아가 요청을 하여 북한이 파병한 관계라면 갑을관계가 그래도 북한이 유리한 고지겠지만, 북한이 요청을 했다는 점에서 이미 북한은 을의 위치에서 러시아의 편의를 알아서 봐주고 있는 모양새거든요.

이런 구도라면 생각해 봐야 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일단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인데요. 러시아가 북한에 약속한 많은 것들, 특히 미국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라든가 정찰위성 기술, 핵잠수함 기술 등이 과연 북한에 모두 넘어갈 것인지, 그리고 전후 경제 복구가 절실한 러시아가 국제적인 왕따 취급을 받고 있는 북한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가 있죠. 이런 것들은 북한 입장에선 현재 사활을 걸고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고, 김정은의 이러한 러시아 올인 도박 외교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리는 시금석 같은 것인데, 만약 러시아가 지금보다 홀가분한 입장에서 북한과의 약속을 반려하거나 뭉갠다면 북한은 정말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대가로 러시아와 그런 도박을 벌였는데 그 대가가 고작 기름이나 애완용 동물 정도라면 북한 내부의 불만은 임계점을 넘게 되겠죠. 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끝나냐에 따라 북한의 체제에도 큰 위기가 오거나 변화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 내년 5월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북한군을 초청했죠. 우선 북한군이 러시아의 열병식에 참여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김금혁: 일종의 과시죠. '러시아와 북한은 함께 싸운 전우다' 이런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준비한 특별 이벤트가 되겠고요. 앞으로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 되는 마당에 러시아는 보다 많은 동맹을 긁어 모아 반미전선을 구축하려 하고 있거든요. 그 가운데 북한이 핵심으로 등장했고, 특히 북한군의 참전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열병식에 그들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매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열병식은 지난 독소 전쟁에서 소련군이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우 성대하게 진행되는데요.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신 나치 세력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새로운 나치와 함께 싸우고 있는 북한군은 러시아 입장에선 고마운 존재이고 러시아의 정당성을 선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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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게 꼭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일단 러시아가 북한군을 정말 초대한다면 러시아 역시 외교적으로 상당히 고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를 향해 상당히 불편한 심경을 드러낼 것이고요. 마찬가지로 북한에게도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입니다. 현재 북중관계는 파탄 수준이고 이전의 그 친밀했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만약 북한이 러시아 열병식에 군까지 파견하면 이는 중국에게는 정말 참기 어려운 문제가 되겠죠. 왜냐면 지난 6.25 전쟁에서 북한군 대신 피를 흘려가며 싸웠던 군대는 소련군이 아닌 중공군 아닙니까. 하지만 중공군 열병식에 북한군은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무 상관도 없는 러시아군 열병식에 참가하며 대놓고 러북 관계를 강조한다면 중국은 심기가 상당히 불편할 것입니다.

이는 유럽국가들 특히 러시아와 대립관계에 있는 나토 국가들의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높여줄 가능성도 있죠. 북한은 이제 유럽의 적이 되었고 유럽은 몽고군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의 군대가 유럽에서 유럽 국가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 심각성이 외교적으로 어떤 단계로 갈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은 러시아를 얻고 모든 유럽을 잃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기자: 그런데 지난 6월, 김정은 총비서는 마침 푸틴으로부터 모스크바 답방을 기다리겠다는 말까지 들은 상황인데요.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군을 이끌고 내년 5월에 러시아의 전승절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가능할 것 같습니까?

김금혁: 변수가 있다면 쿠르스크 전선에서의 전황입니다. 북한군이 지금보다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하여 어떻게든 성과를 낸다면 예컨대 쿠르스크를 다시 되찾아 온다면 김정은은 러시아로 갈 명분과 당위성이 생깁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드론에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병력만 낭비하고 마땅한 전공이 없다면 김정은은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고, 혹시라도 자리를 비운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