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4개국 거쳐 핵무기 장비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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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 4개국, 4개 대륙을 거쳐 이를 밀수했다는 미국 민간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2022년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통해 파악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장비 밀수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스페인,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 4개국을 거쳐 핵물질인 우라늄을 녹이는 데 사용되는 용광로인 '진공로(vacuum furnace)'를 들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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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9월 13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이는 핵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어 '핵공급국그룹(NSG)'이 수출을 통제하는 이중용도(dual-use) 장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품목이기도 합니다.

진공로는 당초 스페인에서 출발해 멕시코의 한 법인으로 운송됐습니다. 스페인과 멕시코는 모두 핵공급국그룹의 회원국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수출 문서 상 HS코드는 정확했습니다. HS코드(Harmonized System Code)는 세계관세기구가 국제적으로 통일된 무역 상품 분류 체계에 따라 각 품목에 부여한 6자리 고유 번호를 의미합니다.

다만 이 진공로가 멕시코에서 남아공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HS코드는 '기계류(Machinery)'로 바뀌었고 남아공에서 중국으로 운송되는 시점에는 '고철'(metal scrap)'로 변경됐습니다.

이와 같이 '고철'로 탈바꿈한 진공로는 관세도 부과되지 않은 채 중국에서 북한으로 최종 운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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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모두 핵공급국그룹 회원국으로서 대부분 국가보다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가 더 발전되어 있음에도 북한은 이러한 다국적 작전을 통해 통제를 우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핵공급국그룹 회원국들이 이중용도 상품의 최종 사용자와 최종 용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상당한 양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물질 비축을 지속하려 한다는 정황은 계속 관찰되고 있습니다.

미 연구기관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6일 상업용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물질을 지속적으로 비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목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재단장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9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약 70kg의 플루토늄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최소 두 자리 숫자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이성권 정보위원회 간사의 말입니다.

[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정보위원회 간사)] 플루토늄의 경우 (북한이) 70여 킬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고 상당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평양 인근 강선 단지인 것으로 추정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